이 글은 9년동안 수업을 하면서 정리한 수업 내용들입니다.
1 / 이직을 하는 이유
게임업계 특성상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직을 하게 된다.
스스로 이직을 할 수도 있고 타의로 이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이직을 하게 되면 많은 걸 고려해야 한다. 한마디로 피곤해진다.
나는 지금껏 대학생 시절 인턴을 포함하여 지금까지 9개의 회사를 다녀봤다.
이 중에는 대부분이 내 스스로 결정해서 이직을 했다.
지금 회사는 가장 마음에 드는 회사로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고
내가 독립하기 전까지는 오래 다니고 싶다.
다른 많은 이유들도 있지만 제일 결정적인 건 '연봉' 이었다.
아무리 좋은 평가를 받는다 하더라도 대부분은 3~5%
S 등급이나 관리직 버프를 받으면 이직을 안 하고서도
10프로까지도 주는 경우도 있다.
신입은 좀 더 좋게 주는 경향이 있다.
인상을 퍼센티지가 아니라 100단위로 올려주는 게 보통이다.
연봉협상을 하고 나서 계산을 해봤다.
말이 연봉협상이지 사실 연봉 통보이다.
3%의 인상률은 물가 상승 정도의 수준이다.
즉 물가인상률 인플레이션 감안을 하면 마이너스이다.
딱 먹고 살정로만 올려준다.
예를 들면 연봉이 3천이면 3% 인상일 때 90만 원 인상해서 내 연봉은 3090만 원이 된다.
그럼 내가 연봉이 4천이 되려면 약 10년 이상은 근무해야 연봉 4천이 나온다는 계산이 된다.
멘붕...
(연봉 이야기는 다음에 또 자세히 얘기하는 걸로)
2 / 이직의 장. 단점
이직을 하게 되면 장단점이 있다.
장점 /
새로운 문화와 사람들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봉도 내가 원하는 만큼 올릴 수 있다.
이직을 진행하면서 포폴 정리도 하고 업계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다시 신입처럼 초심으로 임할 수 있다.
환경이 바뀌기 때문에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듯이 이직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한다.
단점 /
모든 걸 새로 적응해야 한다.
회사 아트웍 스타일, 컨펌 체계, 동료들. 직장 상사들, 회사 문화, 등 사소한 것까지
모든 걸 새로 적응해야 한다.
신입일 때 당신은 이등병이었다.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 조금 못하더라도 봐주는
하지만 경력자라면 그 경력이 높을수록 기대치가 클 수밖에 없다.
딱 정해진건 아니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신입에서 5년정도까지를 주니어로 본다.
5년차 이상 부터는 시니어로 본다.
연봉을 1000만 원 올렸다면 그만큼의 퍼포먼스를 내서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회사는 바보가 아니다.
경력자도 3개월이란 '수습 기간'이 존재한다.
보통은 그냥 형식상의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분명 관리직분들이 체크를 한다.
인사팀에서 계속 계약해서 정식 고용해도 되겠는지에 대한 의사를 실무 관리자에게 물어본다.
나도 면접관이 되고 나서야 알았다.
나 이전의 상사분들도 분명히 했으리라 생각한다.
3 / 대처방안
이직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체크해보자.
프로젝트가 엎어지고 회사가 망했다.
-이건 어쩔 수 없다. 당장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주변에 돌리자.
퇴직금 정산이든 밀린 월급이든 우선 돈 문제부터 해결하자.
노동청에 신고를 하고 실업급여도 신청하자.
이때서야 깨닫는다.
아... 쓸만한 포폴이 없구나!!
연봉이 적다.
- 연봉에 만족하는 직장인이 얼마나 될까?
그래도 나는 도저히 불만이다 한다면 그래서 희망연봉이 어떻게 되는지 노트에 적어보자.
진짜 받고 싶은 연봉이 얼마인가?
그럼 목표가 생겼고 그걸 현실로 만들기 위해선 그걸 포트폴리오로 설득해야 한다.
본인 몸값은 스스로 올리는 것이다.
더 좋은 프로젝트로 가려고 좋은 프로젝트라고 하면 곧 실력이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의미한다.
적극 찬성한다. 실력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좋은 영향을 스펀지처럼 받아들이자.
다음 이직할 때도 분명 영향을 받을 것이다.
좋은 프로젝트와 좋은 회사는 조금 개념이 다르다.
좋은 회사라고 하면 주로 돈이 많거나 복지가 많은 대기업 등이 있을 것이다.
대기업이라고 한들 나와 스타일이 맞지 않는 프로젝트라면? 선택은 본인 몫이다.
지인 추천으로 주변에 동료들이 주변에 괜찮은 작업자 없냐고 종종 추천을 해달라고 한다. 그런데... 정말 없다.
괜찮은 사람들은 이미 잡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있어도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
신입은 또 잘 뽑지 않는다. 케어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게 신입이 멘토의 도움 없이는 진입이 힘들다는 이유다.
'게임잡'은 처음 업계에 들어오는 신입한테는 등용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경력이 2~3년 이상 된다면 게임 잡보다는 주변 인맥을 통해서 추천받는 게 좋다. 게임 잡을 통해서 하는 경우는 평가 절하하기 쉽고 연봉을 내가 원하는 만큼 못 올릴 가능성이 크다.
배경 원화에만 집중하고 싶어서
-이전 학생분들 중에 종종 배경 원화인데 캐릭터도 하고 UI도 하고 애니메이션까지 하는 경우도 봤었다. 초반에는 두루두루 하는 게 좋아 보일 수는 있다.
내 생각엔 주력이 될만한 분야를 파는 게 낫다고 본다.
이유는?
이것저것 다 조금씩 한다는 것은 결국 한 가지도 제대로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주변에서도 이런 케이스를 많이 봤었고 실제로 이직했을 때 생각보다 오래 쉴 수도 있다.
내 경험상에도 그렇다.
사실 한 분야 한 가지 일만 잘하는 경우도 힘들다.
어떤 분야든 깊게 파고들다 보면 공부할 게 산더미이다.
그래서 주력 분야에 집중하라고 추천한다.
4 / 잘 생각해보자.
이전에 수업을 할 때에도 신입 지원하는 학생분들한테는 가급적 대기업은 가지 않는 쪽으로 추천했었다.
왜?? 대기업 가면 무조건 좋은 것 아닌가?
신입분들은 작은 회사에 기회가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대기업이 꼭 좋은 것 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뛰면 걷고 싶고
걷다 보면 서있고 싶고
서있으면 앉고 싶고
앉고 싶으면 누워있고 싶다.
이게 인간의 본성이다.
처음부터 좋은 곳을 가면 눈이 높아지고 연봉 인상률도 아까 설명했듯이 노 답이다.
대기업일수록 복지가 좋은 회사일수록 연봉 인상폭이 낮다.
대기업에서는 본인이 하는 업무가 상당히 제한적이다.
프랍을 하게 됐다.
그럼 몇 년 동안은 프랍과 오브젝트만 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자본이 탄탄하고 게임 개발 능력도 있는 회사인데 규모가 작다고 하면
거기에 좋은 사수를 만난다면 잭팟이다.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이다.
사람이 적기 때문에 나에게 기회가 올 수도 있다.
홍보로 쓸만한 멋진 일러스트를 그릴 수도 있다.
신입은 컨셉무드나 배경일러스트를 잘 시키지 않는다.
기획자와 제작자와 더 적극적으로 직접 얘기하면서 소통할 수 있다.
이런 곳에서 실력과 경력을 우선 쌓기를 추천한다.
대기업은 나중에도 얼마든지 갈 수 있다.
5 / 이직을 했을 때 VS 안 했을 때
이직을 안 하면 편하다.
사람들도 좋고 일도 익숙해지니 편하고 직장 출퇴근도 익숙하니 불편함이 없다.
대신 한 회사 한 프로젝트에 오래 이따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모든 게 편하기 때문이다.
아는 후배 중에 회사에 대한 불만과 연봉이 적다는 것 땜에 이직을 고민하는 후배가 있었다. 이직을 권했더니 사람들이 좋아서 이직을 못하겠다는 경우도 봤다.
회사와 동아리를 구분하자.
회사와 프로젝트에서의 내 역할을 충실히 하고
그에 따른 대가를 돈으로 받는 형태이지 사람 사귀러 가는 게 주 목적은 아니지 않은가.
좋은 사람이 있다면 따로 사적인 자리에서 만나면 될 게 아닌가
나와 경력은 비슷한데 한 회사 한 프로젝트에 8년 가까이 다니던 A가 있었다.
이른바 '화석' 이었다.
A는 내가 1년 6개월 정도 다닌 회사에서 같이 일했었다. A는 성격도 좋고 작업적인 열정도 있어서 나와 같이 스터디도 같이했었다. A는 그 회사에서만 다녀서 그런지 상습적인 지각을 했었다. 출첵을 하지 않는 회사이기도 했다;;
비단 출첵뿐만 아니라 일정도 딜레이 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A 본인도 느꼈는지 이직 경험이 많은 나한테 이래저래 상담하고 같이 포폴을 정리하고 여기저기 공고가 뜨면 지원을 했었다. 연락이 안 와서 문제였지;;
올해 초에 A를 오랜만에 따로 만난 적이 있는데 드디어 이직 신호가 왔다.
내게 이것저것 걱정된다고 토로하더라
그도 그럴 것이 10년 정도 한 회사에 다니다가 다른 환경으로 적응하려니 두려울 것이니까.
7 / 이직은 개인 성향에 맞게 하는 선택사항이다.
입체적으로 고민해보고 결정했다면 용기 있게 도전해보자.
본인이 더 성장하고 싶고 더 좋은 환경에서 내 역량을 올리고 싶다면 내 개인적으로는 이직을 적극 추천한다.
그리고 경험상 지레 걱정하지 말자.
넣어볼까 말까 고민만 하지 말고
맘에 드는 프로젝트에 포트폴리오를 넣고 난 다음
면접 보고 나서 최종 합격하고 나서 연봉까지 다 재고 그 다음에 재고해도 늦지 않다.
그러니 우선 포트폴리오 점검부터 해보는 게 어떨까?
이직도 내가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게 아니다.
당연히 실력이 있어야 하고 타이밍과 운도 그만큼 따라줘야 한다.
이직 역시 선택이다.
하지만 당신이 더 성장하고 싶고 성공하고 싶다면 어려운 길을 가야한다.
그래서 두렵고 어려운 것이다.
그 불편한 다리를 건너야 다른 세상이 있다.
이게 경력 13년을 거치면서 이직을 9번 한 내가 느낀 것들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여러분의 슬기로운 그림생활에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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